마리아나 해구 아래는 어떤 환경일까 – 실제 수압과 생존 조건
지구의 가장 깊은 곳, 마리아나 해구란?
세상의 끝은 어디일까요? 우리는 흔히 높은 산을 떠올리기도 하지만, 지구에서 가장 극단적인 환경은 오히려 바다 아래에 존재합니다. 그중에서도 ‘마리아나 해구’는 지구상에서 가장 깊은 바닷속 공간이며, 인간의 상상 너머에 존재하는 심해의 신비를 품고 있는 곳입니다.
바다의 끝자락, 마리아나 해구의 위치
마리아나 해구는 서태평양 괌 인근, 즉 필리핀 동쪽과 마리아나 제도 사이의 바다 밑에 자리 잡고 있는데요. 길이는 약 2,550km, 너비는 평균 70km에 이르며, 전체적으로 보면 거대한 반달 모양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질학적으로는 태평양판과 필리핀판이 서로 충돌하면서 생긴 해양 지각의 ‘섭입대'(subduction zone)인데요, 이곳에서는 지각판 중 하나가 다른 판 아래로 밀려들어 가며, 그 과정에서 지구 표면이 찢기듯 꺼져 극심한 깊이를 형성하게 된 장소입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깊이, 챌린저 딥
마리아나 해구에서도 가장 깊은 곳은 바로 챌린저 딥(Challenger Deep)이라 불리는 지점입니다. 이곳의 깊이는 약 10,984m로 측정되었으며, 이는 에베레스트산(8,848m)을 거꾸로 집어넣어도 2km 이상 여유가 남는 깊이입니다. 실제로 이 깊이는 여객기가 비행하는 고도와 비슷한 수치입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면 ‘심해’라는 단어조차 가볍게 느껴질 정도로, 챌린저 딥은 그 자체로 지구의 미지 세계라 할 수 있습니다.
왜 ‘마리아나’라는 이름이 붙었을까?
마리아나 해구라는 이름은 스페인 국왕 필립 4세의 아내인 마리아나 여왕(Mariana of Austria)의 이름에서 유래했습니다. 17세기 탐험가들이 이 지역을 항해하며 이곳을 발견하고, 그녀의 이름을 따서 명명했다고 전해집니다. 해구와 인접한 마리아나 제도도 같은 이름에서 비롯된 것으로, 역사적으로 스페인의 영향력이 닿았던 흔적이 남아 있는 셈입니다.
인류는 얼마나 알고 있을까?
놀랍게도, 마리아나 해구는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 대부분입니다. 고작 몇 차례의 유인 탐사만이 이루어졌고, 로봇 장비를 통한 무인 탐사도 제한적입니다. 심해는 높은 수압과 암흑, 극저온이라는 세 가지 난관이 겹치는 탓에, 기술적으로도 접근이 어렵습니다. 그만큼 마리아나 해구는 ‘지구 최후의 개척지’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과학자와 탐험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깊이를 압도하는 압력, 마리아나 해구의 실제 수압
우리가 수영장 바닥에 잠수할 때 귀가 먹먹해지거나 가슴이 답답한 느낌을 받은 경험이 있으실 겁니다. 그것이 바로 ‘수압’이라는 자연의 힘인데요, 이 수압은 깊어질수록 상상을 초월할 만큼 강해집니다. 마리아나 해구에서는 그 수압이 인간의 감각이나 상식으로는 가늠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치솟습니다.
1제곱센티미터당 1톤 이상의 압력
일반적으로 바닷속에서는 10m마다 1기압(1 atm)이 추가로 증가합니다. 우리가 지표면에서 느끼는 대기압이 1기압이라면, 수심 10m에서는 2기압, 100m에서는 11기압 정도가 되는 셈이죠. 그렇다면 마리아나 해구의 챌린저 딥, 즉 약 11,000m 깊이에서는 대략 1,100기압이라는 압력이 존재합니다. 이 말은 곧, 손톱만 한 면적 위에 소형 자동차 한 대가 누르는 무게가 그대로 전달된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마리아나 해구 바닥에서는 1제곱센티미터당 약 1.1톤의 압력이 작용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는 잠수함이나 해저 탐사 장비가 단순한 금속 껍데기로는 절대 버틸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내부에 사람을 태우기 위해선 고강도 합금과 이중 혹은 삼중 격벽, 충격 완화 기술까지 필요합니다.
인간의 몸은 견딜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현재의 인간 신체 구조로는 마리아나 해구의 압력을 직접 견디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착용한 채 잠수 가능한 최대 깊이는 300~400m 정도이며, 그 이상은 특수한 헬멧형 잠수복이나 잠수정을 이용해야 합니다. 만약 아무 보호 없이 챌린저 딥에 순간적으로 순간 이동한다면, 인체는 한순간에 납작하게 압축되어 버릴 것이라는 과학자들의 분석도 있습니다. 인간이 견디지 못할 정도로 물속에서의 압력이 너무 크기 때문이죠.
따라서 실제 심해 탐사는 항상 사람과 장비 사이에 ‘격리된 공간’을 만들고, 그 안의 압력을 지상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마치 바닷속을 걷는 것이 아니라, 유리 상자에 들어가 바닷속을 통과하는 셈이죠.
그럼에도 살아가는 생물들
놀랍게도 이러한 극한의 환경에서도 생명은 존재합니다. 그것도 아주 다양한 형태로요. 심해 생물들은 우리가 아는 생물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진화했습니다. 그들의 세포 구조는 고압에 견디도록 특화되어 있으며, 몸을 이루는 단백질과 효소 자체가 고압에 의해 망가지지 않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일부 생물은 유연하고 젤리 같은 몸체를 갖고 있어 외부 압력과 내부 압력이 거의 같게 유지되도록 하기도 합니다.
즉, 인간은 수압에 짓눌리지만, 그곳에 사는 생물들은 수압과 공존하도록 태어났습니다. 이 또한 자연의 경이로운 조화이자, 인간이 아직 다 이해하지 못한 신비로운 세계입니다.
탐사를 위한 기술의 진화
마리아나 해구를 탐사하기 위한 잠수정은 일반 선박과는 비교도 안 되는 고압 방어 구조를 갖추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는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이 직접 탑승한 딥시 챌린저(Deepsea Challenger)가 있습니다. 이 잠수정은 마치 총알처럼 긴 원통형 구조에 초고강도 발포 플라스틱과 티타늄 합금을 사용해 극한 압력을 견뎌냈으며, 내부에는 단 한 사람만이 앉을 수 있을 정도로 협소하게 설계되었습니다.
이처럼 압력이라는 벽은 단순한 물리적 장벽이 아니라, 과학과 인간의 상상력을 시험하는 거대한 도전과제라 할 수 있습니다.
빛 없이도 살아가는 생물들의 놀라운 적응 방식
마리아나 해구는 햇빛이 도달하지 않는 완전한 암흑의 세계입니다. 수심 1,000m 아래부터는 일명 ‘영구 암흑층(aphotic zone)’이라 불리며, 자연광이 전혀 닿지 않기 때문에 광합성을 기반으로 한 생태계는 존재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는 수많은 생물들이 살아가고 있으며, 그들의 삶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독특하고 신비롭습니다.
빛이 없기에 만들어낸 ‘빛’
심해 생물 중 다수는 스스로 빛을 만들어내는 능력, 즉 ‘발광(bioluminescence)’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는 복잡한 화학 반응을 통해 몸속에서 빛을 내는 생물학적 기능으로, 빛이 존재하지 않는 환경에서 놀라운 적응 방식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또한, 발광은 먹이를 찾는 용도뿐 아니라 의사소통, 짝짓기 신호, 자기방어에도 활용됩니다. 어떤 생물은 갑자기 강하게 빛을 발산해 포식자를 혼란시킨 뒤 도망치며, 또 어떤 생물은 몸 전체가 은은한 빛을 내어 암흑 속에서도 무리 생활을 가능하게 합니다.
투명하거나, 반투명하거나
심해 생물 중에는 몸이 투명하거나 반투명한 종류가 많습니다. 예를 들어, 유령오징어(glass squid)나 투명 갯지렁이는 몸속 장기가 다 보일 정도로 투명한 외형을 갖고 있어 포식자에게 쉽게 눈에 띄지 않습니다. 빛이 없으니 색깔로 위장을 할 필요가 없고, 오히려 빛을 반사하지 않는 ‘투명함’이 최고의 방어 전략이 된 것입니다.
또한, 일부 생물은 피부가 특수 구조로 되어 있어, 자신의 몸에 들어오는 미세한 빛조차 흡수해 완전히 ‘검게’ 보이게 만듭니다. 실제로 최근에는 ‘울트라 블랙 피시(Ultra-black fish)’라는 별명을 가진 물고기가 발견되었는데, 그들은 99.5% 이상의 빛을 흡수하는 피부 구조를 가지고 있어, 마치 ‘이 세상에 없는 존재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고압과 저온도 견뎌낸 진화
마리아나 해구는 압력뿐 아니라 수온도 매우 낮습니다. 보통 심해의 온도는 1~4℃ 사이이며, 태양 에너지의 도움 없이 이러한 온도는 연중 거의 변하지 않습니다. 이 추위 속에서 살아가기 위해 심해 생물들은 매우 느린 대사 속도를 가지고 있고, 산소 소비량이 극히 낮으며, 장기적인 생존에 적합한 구조를 갖고 있습니다.
일부 생물은 체내에 ‘피압 단백질(piezolyte)’이라는 특수한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는 고압에서도 단백질 구조가 무너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생화학적 장치입니다. 즉, 고압에서 세포가 찌그러지지 않고 기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내부 보호막을 갖춘 셈이지요.
인간의 상식 밖에 있는 생명
우리는 종종 생명을 정의할 때 ‘햇빛’, ‘산소’, ‘따뜻한 온도’ 같은 요소들을 전제로 생각하지만, 마리아나 해구의 생물들은 그 모든 것을 벗어난 환경에서도 존재합니다. 이는 생명의 가능성이 생각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는 점을 시사하며, 화성이나 유로파(목성의 위성)처럼 극한 환경의 외계 천체에서도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이론을 뒷받침해주는 과학적 근거가 되기도 합니다.
즉, 마리아나 해구는 단순한 깊은 바다 그 이상의 의미를 지닙니다. 우리가 모르고 있던 생명의 경계, 그 신비로 가득 찬 곳이 바로 이곳입니다.
인류의 도전: 심해 탐사의 기술과 한계
인간은 오래전부터 미지의 세계를 향해 도전해 왔습니다. 하늘을 나는 비행에서 우주를 향한 발사까지, 우리는 한계를 시험해 왔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서 있는 이 지구 아래, 바다의 가장 깊은 곳인 마리아나 해구는 여전히 인류에게 가장 도달하기 어려운 영역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눈앞에 있지만 손에 닿지 않는, 그런 공간이 바로 심해입니다.
인간 최초의 마리아나 해구 잠수, 그리고 그 이후
마리아나 해구 챌린저 딥에 인간이 처음 도달한 것은 1960년, 미국 해군 중령 도널드 월시(Don Walsh)와 스위스 해양학자 자크 피카르(Jacques Piccard)가 탑승한 심해 잠수정 ‘트리에스테호(Trieste)’를 통해서였습니다. 이들은 약 5시간 반에 걸쳐 수심 10,916m 지점까지 내려가 약 20분간 체류한 뒤, 무사히 수면으로 돌아왔습니다. 당시 기술력으로 이룬 쾌거는 심해 탐사의 역사적 분기점이라 불릴 만큼 큰 의미를 가졌습니다.
그 이후로도 수많은 시도가 있었지만, 유인 잠수는 50년 넘게 단 한 번도 시도되지 못했습니다. 워낙 위험이 큰 환경이기에 무인 장비가 주로 이용되었고, 인간이 다시 마리아나 해구에 발을 디딘 것은 2012년이 되어서야 가능했습니다.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의 심해 여행
2012년, 영화 「타이타닉」과 「아바타」로 유명한 감독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은 직접 제작에 참여한 ‘딥시 챌린저(Deepsea Challenger)’를 타고 단독으로 챌린저 딥에 도달했습니다. 약 2시간 36분 만에 심해에 도착한 그는 그곳에서 영상 촬영과 시료 채취를 진행한 후, 다시 70분 동안 상승해 수면으로 복귀했습니다.
그의 탐험은 상업 영화감독이 이룬 기록이 아니라, 과학 탐험사에 길이 남을 사건이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1인용 유인 잠수정으로 극한 수압을 견뎌냈다는 점에서 기술적, 상징적으로 큰 의미를 지니며, 이후 심해 탐사 장비 개발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한계는 여전히 많다 – 기술적, 경제적, 환경적 제약
하지만 마리아나 해구 탐사는 여전히 수많은 장벽을 안고 있습니다. 한계와 제약사항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술적 한계
심해는 극저온, 극압, 완전 암흑이라는 삼중 장벽을 갖고 있어 일반적인 해양 장비로는 접근이 불가능합니다. 장비는 수압을 버텨야 할 뿐 아니라, 통신이 불가능한 환경에서 자율적으로 작동해야 하며, 고장이 나도 스스로 복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러한 기술을 구현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고 복잡한 과제입니다.
경제적 부담
심해 탐사는 수천억 원 단위의 자금이 필요한 사업입니다. 잠수정 한 대를 제작하고 한 번 탐사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비용이 천문학적이기 때문에, 정부 주도 프로젝트 외에는 실행이 매우 어렵습니다. 민간 기업이나 학계가 독자적으로 접근하기에는 아직 현실적인 제약이 큽니다.
환경적 고려
심해 생태계는 극도로 민감하고 느리게 회복되는 체계입니다. 무분별한 탐사나 자원 개발은 돌이킬 수 없는 파괴를 불러올 수 있으며, 따라서 국제사회에서는 심해 개발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심해 채굴(Deep Sea Mining)에 대한 윤리적·환경적 논의는 심화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러나 인류는 포기하지 않는다
이 모든 한계에도 불구하고, 심해 탐사에 대한 인류의 열정은 식지 않고 있습니다. 일본, 미국, 중국 등 여러 나라가 고심해 온 자동 무인 잠수정(AUV) 기술은 해마다 진보하고 있으며, 인공지능을 탑재한 심해 드론도 개발 중입니다.
더불어 마리아나 해구에서 채취된 미생물, 금속, 신소재의 가능성은 바이오테크, 신약 개발, 로봇공학에까지 확장되어, 심해는 이제 단순한 미지의 공간이 아니라 차세대 과학의 보고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마리아나 해구는 단순히 깊은 바다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인류의 한계와 가능성을 동시에 시험하는 무대입니다. 이 미지의 세계를 향한 도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며, 그 여정은 곧 우리가 지구를 어떻게 바라보는지에 대한 성찰로 이어질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