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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도달한 가장 깊은 바다는 어디? – 탐험선 기록 비교

우리가 아는 가장 깊은 바다, 마리아나 해구

‘인간이 갈 수 있는 한계는 어디까지일까요?’

이 질문에 대한 가장 인상적인 대답은 바로 ‘마리아나 해구’입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깊은 바다로 알려진 이곳은 지구가 가진 경이로움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소 중 하나입니다.

마리아나 해구는 태평양의 서부, 괌 동쪽 약 200km 지점에 위치하고 있으며, 지구의 표면 중 가장 깊은 지점을 품고 있는 해저 협곡입니다. 이 협곡은 길이 약 2,500km, 너비 약 70km로, 육지에서 상상하는 계곡과는 차원이 다른 규모입니다. 이곳의 가장 깊은 지점은 ‘챌린저 심연(Challenger Deep)’이라고 불리며, 약 10,929m까지 측정된 바 있습니다. 참고로,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가 약 8,848m이므로, 마리아나 해구는 그보다도 2,000m 이상 더 깊습니다.

이 깊이는 단순히 숫자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해수면에서 수심 1,000m만 내려가도 빛은 거의 도달하지 않으며, 수압은 대기압의 수백 배에 달합니다. 마리아나 해구 최심부에서는 1㎠당 약 1,000kg 이상의 압력이 가해지며, 이는 사람 몸 위에 코끼리 50마리가 동시에 올라탄 것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곳에는 놀랍게도 생명체가 존재하고 있으며, 일부 생물은 이 혹독한 환경에서도 독자적인 생태계를 이루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흔히 바다는 ‘깊고 푸른 세계’라고 표현하지만, 마리아나 해구는 그 말이 무색할 정도로 ‘깊고, 어둡고, 미지의 영역’입니다. 과학자들조차 이곳을 “지구 안의 외계”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그만큼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이 매우 제한적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로운 미생물과 환경 조건이 연구되고 있는 중입니다.

한편, 마리아나 해구는 단순한 자연적 깊이 이상의 의미를 갖고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이 기술의 힘으로 어디까지 도달할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심해 탐사의 최종 목표지이자, 여러 나라와 과학계가 꾸준히 도전해온 상징적 장소이기도 합니다. 아직도 이곳을 완전히 탐사한 사람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으며, 그만큼 도달하기 어려운 장소라는 점에서 신비로움은 계속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마리아나 해구는 단순한 해저 지형이 아니라, 인간의 도전 정신과 과학 기술, 그리고 지구라는 행성의 비밀이 응축된 장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도 이 깊은 바다는 수많은 과학자와 탐험가들의 꿈과 궁금증을 자극하며, 새로운 발견의 무대가 되어줄 것입니다.

 

최초의 도전, 트리에스테호의 역사적인 잠수

인류가 바다의 가장 깊은 곳, 마리아나 해구에 처음으로 발을 디딘 것은 지금으로부터 60년이 훌쩍 넘는 1960년의 일이었습니다. 그 시절, 우주 탐사가 본격화되기도 전이었고, 심해는 여전히 ‘검은 공포의 세계’로 여겨지던 때였습니다. 그런 시대에, 상상을 초월하는 깊이로의 첫 걸음을 내디딘 인류의 탐험선이 있었으니, 바로 ‘트리에스테호(TRIESTE)’입니다.

트리에스테호는 스위스 출신의 해양학자 오귀스트 피카르(Auguste Piccard)가 설계하고, 그 아들인 자크 피카르(Jacques Piccard)가 미 해군 중위 돈 월시(Don Walsh)와 함께 실제로 조종했던 유인 잠수정입니다. 당시의 기술로, 11km 가까운 심해로 내려간다는 것은 단순한 과학적 시도라기보다는, 인류의 한계에 대한 도전이었습니다.

잠수는 1960년 1월 23일, 약 5시간에 걸쳐 이루어졌습니다. 트리에스테호는 마리아나 해구 챌린저 심연(Challenger Deep)에 도달하였고, 이는 약 10,916m 깊이로 측정되었습니다. 당시 기술로는 정확한 깊이를 측정하는 데 오차가 있었지만, 이는 지금까지도 세계 최초이자 가장 의미 있는 심해 유인 탐사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 잠수는 결코 안전하거나, 여유로운 도전이 아니었습니다. 잠수 중 유리창에 금이 가는 사고가 발생했고, 극도의 압력과 고요함 속에서 조종사들은 오직 ‘믿음’에 의지해 바다 밑으로 향해야 했습니다. 전해지는 바에 따르면, 그들이 해저에 도달했을 때, 바닥에서 **플라운더(넙치과 생선)**와 비슷한 형태의 생물을 목격했다고 합니다. 이 장면은 당시 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으며, ‘그 깊이에도 생명이 존재할 수 있다’는 새로운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습니다.

트리에스테호는 오늘날의 기준으로 보면 매우 원시적인 장비였습니다. 지금처럼 정교한 전자장비나 통신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오로지 철과 유리, 인력에 의존해 잠수를 진행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그 단순함 속에 오히려 용기와 결단이 더 크게 빛났는지도 모릅니다. 이 탐험은 단순한 과학적 기록을 넘어서, “우리는 얼마나 깊은 곳까지 나아갈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질문을 던진 상징적인 순간이었습니다.

트리에스테호의 성공은 이후 심해 탐사 기술의 발전에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으며, 오늘날에도 유인 잠수의 시초이자 상징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지금의 고성능 무인 잠수정이나 과학 장비들이 있기까지, 그 출발점은 바로 이 작고 단단한 탐험선에서 비롯된 셈입니다.

 

심해로의 귀환 – 제임스 카메론과 딥씨 챌린저호

마리아나 해구에 인간이 마지막으로 도달한 이후, 수십 년 동안 그 깊은 바다는 다시 고요한 미지의 세계로 남아 있었습니다. 과학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21세기에 들어서야, 인류는 다시 한 번 그 깊은 심연을 향해 발걸음을 옮기게 되는데요, 놀랍게도 그 선봉에 선 이는 과학자도 군인도 아닌, 영화감독 제임스 카메론(James Cameron)이었습니다.

그는 ‘타이타닉’, ‘아바타’ 같은 초대형 블록버스터를 연출한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널리 알려져 있지만, 동시에 해양 탐사에 깊은 열정을 가진 열정적인 탐험가이기도 합니다. 2012년 3월 26일, 그는 단독으로 마리아나 해구 챌린저 심연에 잠수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는 역사상 최초의 단독 유인 잠수로, 무려 52년 만에 이뤄낸 쾌거였습니다.

이 대담한 시도에 사용된 잠수정은 딥씨 챌린저호(Deepsea Challenger)로, 카메론 본인이 설계와 개발에 직접 참여했습니다. 이 잠수정은 기존의 잠수정과는 구조부터 다릅니다. 수직으로 서 있는 형태이며, 탄소섬유와 특수 합금으로 제작되어 극한의 압력에서도 견딜 수 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 최대 수심 11,000m까지 잠수가 가능하며, 내부에는 1인용 캡슐이 장착되어 있어 조종사 혼자 탑승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죠.

카메론의 잠수는 단순한 ‘기록 경신’이 아니었습니다. 그에게 이 탐험은 인간의 호기심과 창조력, 그리고 기술력의 결합이 가져다줄 수 있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탐색이었습니다. 그가 챌린저 심연에 도달한 순간, 마치 자신이 만든 영화의 한 장면처럼, 고요하고 어두운 심해 속에서 단 한 사람만이 존재하는 우주의 한 점을 체험하게 됩니다.

그는 그곳에서 약 3시간 동안 머물며, 고해상도 3D 카메라로 해저를 촬영하고, 암석과 진흙 샘플을 채취하는 데 성공합니다. 이는 이후 해양 생물학과 지질학 연구에 귀중한 자료로 제공되었고, 카메론은 그 경험을 토대로 다큐멘터리 《Deepsea Challenge 3D》를 제작해 전 세계에 심해의 경이로움을 알렸습니다.

무엇보다 인상 깊은 점은, 이 거대한 프로젝트가 민간의 순수한 열정에서 비롯되었다는 점입니다. 막대한 비용과 시간, 기술 인력을 투입한 이 도전은 단지 ‘깊은 바다에 다녀왔다’는 상징 이상의 의미를 가집니다. 이는 ‘할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대해 ‘해보자’고 답한 한 인간의 이야기이자, 앞으로의 탐사들이 민간의 손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딥씨 챌린저호와 제임스 카메론의 탐험은 과학의 영역과 예술의 감성이 만난 지점에서,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다시금 상기시켜주는 현대판 ‘심해의 오디세이’였습니다.

 

그 후의 기록들 – 인류는 얼마나 더 깊이 들어갔을까?

제임스 카메론의 단독 잠수 이후, 심해에 대한 인류의 도전은 점점 더 조용하지만 꾸준히, 그리고 정교하게 이어지고 있습니다. 더 이상 심해 탐사는 특정 국가나 군대만의 전유물이 아니며, 민간 과학자들과 기업, 기술 스타트업들까지도 이 깊고 어두운 바다에 관심을 갖고 뛰어들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인류는 지금까지 얼마나 더 깊이, 얼마나 더 다양하게 심해를 탐험해왔을까요?

가장 주목할 만한 인물 중 한 명은 미국의 민간 탐험가이자 억만장자인 빅터 베스코보(Victor Vescovo)입니다. 그는 2019년, ‘파이브 딥스 탐사(Five Deeps Expedition)’라는 이름의 프로젝트를 통해 지구상 가장 깊은 다섯 개의 바다를 모두 탐험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그 중에서도 마리아나 해구 챌린저 심연에 다섯 번이나 잠수하였으며, 그 중 한 번은 10,928m까지 도달해 당시 기준 최심도 유인 잠수 기록으로 인정받았습니다.

그가 사용한 잠수정은 **DSV 리미팅 팩터(Limiting Factor)**라는 이름의 유인 심해 잠수정으로, 이 역시 민간 자본으로 개발된 최초의 반복 가능한 심해 탐사 장비입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점은, 이 장비가 반복적인 잠수에도 견딜 수 있게 설계되었다는 것입니다. 트리에스테호나 딥씨 챌린저호는 대부분 1회성 탐험이었다는 점에서, ‘지속 가능한 심해 탐사’로 한 단계 진보한 셈입니다.

이러한 탐사는 단지 수심 기록을 갱신하는 데 그치지 않고, 과학적 발견에도 큰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베스코보의 탐사에서는 이전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심해 생물종이 다수 관측되었으며, 해저 바닥에서 플라스틱 쓰레기가 발견되기도 했습니다. 이는 심해조차 인간의 영향을 피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일깨우며, 환경 보호의 시급함을 다시금 상기시켜주었습니다.

또한 기술의 발전으로 무인 탐사선의 활용도 크게 증가했습니다. 로봇 잠수정(ROV, AUV)는 사람 없이도 심해까지 도달하여 고해상도 영상을 촬영하고 샘플을 채취할 수 있습니다. 미국의 NOAA(국립해양대기청), 일본의 JAMSTEC, 중국의 심해 탐사 기관 등 여러 나라에서 각각의 장비를 활용해 활발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경쟁력 있는 탐사 기술을 통해 심해 지질, 생태계, 해저광물자원 탐색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습니다.

이처럼 마리아나 해구와 그 너머를 향한 인간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형입니다. 한때 신화와 공포의 대상이었던 ‘심해’는 이제 과학과 기술, 그리고 인간의 호기심이 만나 만들어낸 미래 자원의 보고이자 생태계의 미지영역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앞으로의 과제는 명확합니다. 더 안전하고, 더 정밀한 탐사 기술을 개발하는 것,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이해하는 방법을 함께 찾는 일입니다. 마리아나 해구는 아직도 대부분이 밝혀지지 않은 신비의 공간이며, 그 심연 속에는 분명 우리가 아직 상상하지 못한 무언가가 존재하고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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