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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에서 금속 자원을 채굴하는 ‘심해 광물 채취’와 문제점

인간은 왜 심해로 눈을 돌리게 되었을까?

인류는 지표면에서부터 하늘 끝까지, 이제는 우주 너머로까지 자원의 가능성을 찾아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에는 지구의 가장 깊고 어두운 곳, 바로 ‘심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고, 수천 미터 물속에 감춰진 공간이 왜 이토록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일까요?

그 핵심에는 ‘금속 자원 확보’라는 현실적인 이유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스마트폰, 전기차, 태양광 패널 등 현대 문명을 이루는 수많은 기술 제품 속에는 코발트, 니켈, 망간, 희토류와 같은 희귀 금속이 들어갑니다. 이 자원들은 대부분 지상에서 채굴되고 있지만, 문제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특히 전기차 보급 확대와 탄소 중립 정책으로 인해 배터리 원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기존의 자원만으로는 한계에 봉착하고 있습니다.

또한 자원이 매장된 국가는 매우 제한적이어서, 국제적인 자원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자원 빈국들은 전략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밖에 없고, 자원 부국들은 공급을 무기화하여 경제적 또는 정치적인 압박 수단으로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인류는 또 다른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그 대안이 바로 ‘심해’였습니다.

심해에는 수천만 톤 규모의 망간단괴, 열수광상, 코발트 풍부각반암 등 다양한 형태의 금속 자원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망간단괴의 경우, 표면에 널려 있어 굴착 없이 채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이 높다고 평가받고 있습니다. 단순히 바다 밑에 있다고 해서 개발이 어려울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최근에는 무인 잠수정과 원격 조작 기술, 해저 굴착 로봇 등이 상용화되면서 심해 채굴이 현실화되는 단계에 도달했습니다.

결국 인간이 심해로 눈을 돌리게 된 이유는 단순한 호기심이 아닌, 지구 자원의 한계와 기술 발전이 맞물린 필연적인 선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바다를 ‘끝없는 미지의 공간’으로만 여겼지만, 이제는 바다가 전략 자원의 보고로 재해석되고 있는 시대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심해가 있습니다.

 

심해 광물, 어디에 얼마나 있고 무엇이 담겨 있나

심해 광물 채취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사람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도대체 그 심해에 무엇이 얼마나 들어 있는가’로 옮겨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육지에 집중되었던 자원 탐사가 바다로 확장되며, 해저에는 상상 이상의 금속 자원이 분포하고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특히 대양 한가운데, 수심 4,000m를 넘는 깊은 곳에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았던 지구 최후의 자원 창고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심해 금속 자원은 주로 다음의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됩니다.

  1. 망간단괴(망간 괴석, manganese nodules)

가장 잘 알려진 심해 자원으로, 심해 평원 위에 자갈처럼 흩어져 있는 둥근 형태의 광물 덩어리입니다.

직경은 보통 5~10cm 정도이며, 오랜 세월 동안 금속 이온이 뭉쳐 형성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망간단괴에는 이름 그대로 망간이 가장 많이 들어 있지만, 동시에 니켈, 코발트, 구리 등 고부가가치 금속도 함유되어 있습니다.

특히 이 광물은 굴착 없이 표면에서 집게로 줍는 방식으로 채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경제성과 효율성이 매우 높다고 평가받습니다.

  1. 해저 열수광상(Hydrothermal Vents)

바닷속 화산 활동으로 인해 형성된 열수분출공 주변에는 뜨거운 금속 용액이 분출되며 금속 광물이 응결됩니다.

이곳에서는 구리, 아연, 금, 은 등 지상 금속광산과 유사한 고농도 자원이 발견됩니다.

열수광상은 해저 산맥 주변에 주로 분포하며, 집중된 자원 밀도와 다양한 금속 조합으로 인해 심해 채굴 기업들이 선호하는 대상 중 하나입니다.

  1. 코발트 풍부각반암(Cobalt-rich Ferromanganese Crusts)

해저 산의 비탈진 경사면에 붙어 자라는 광물층으로, 두께가 수 센티미터에서 수십 센티미터에 이르기도 합니다.

이 광물층에는 이름 그대로 코발트가 풍부하며, 니켈, 티타늄, 희토류도 일부 포함되어 있어 차세대 전략 금속 자원으로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다만 이 자원은 절취면이 경사진 곳에 붙어 있어 채취 기술이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이러한 심해 자원들은 현재까지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을 포함한 광범위한 해역에서 분포가 확인되었으며, 특히 ‘클라리온-클리퍼튼 구역(CCZ)’이라 불리는 태평양 중앙부 해역은 망간단괴의 최대 밀집 지역으로 꼽힙니다.

이 구역만 해도 약 3,000만 제곱킬로미터에 달하는 면적에 수십억 톤의 금속 자원이 분포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하지만 이 자원들은 국가 단위의 경제적 관심을 넘어서, 전 지구적 차원의 전략 자산으로 간주되고 있습니다.

유엔 산하의 ‘국제해저기구(ISA)’가 심해 자원의 탐사와 개발 권한을 조율하고 있으며, 이용권을 확보하려는 경쟁이 국가 간 외교 이슈로까지 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심해에 감춰진 광물 자원은 이제 단순한 희귀 금속이 아니라, 향후 수십 년간 인류 문명의 에너지와 기술 발전을 좌우할 열쇠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만큼 이 자원을 어떻게 다루고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더 깊은 성찰과 준비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해저 생태계의 침묵, 그리고 우려의 목소리

인간의 눈에는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심해는 어둠 속에서도 정교한 생태계를 유지하며 살아 숨 쉬는 또 하나의 세계입니다.

하지만 이 조용한 세계에 인류의 채굴 장비가 진입하는 순간, 그 평화는 깨질 수밖에 없습니다.

심해는 태고적부터 빛이 들지 않는 수압 높은 환경 속에서, 독특한 방식으로 생물이 진화한 공간입니다.

우리가 익숙한 생태계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형광빛을 내는 생물, 고온의 열수공 근처에 모여 사는 박테리아, 그리고 수천 년을 살아온 해면동물과 극도로 느린 성장 속도를 가진 맥각류 등 신비롭고도 미지의 존재들이 서식하고 있습니다.

이런 생물들 중 상당수는 아직 학계에 정식으로 보고되지조차 않은 미발견 종들이며, 한 번 훼손되면 회복이 거의 불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망간단괴 주변에 서식하는 일부 생물들은 그 광물 위에 달라붙어 살아가는데, 단괴가 채취되면 서식처 자체가 사라지게 되는 셈입니다.

게다가 채굴 장비가 해저를 긁고 지나가면서 발생시키는 퇴적물의 흙먼지 구름은 수 킬로미터 이상 퍼져나가, 시야를 가리고 먹이 사슬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전 세계의 많은 과학자들과 환경 단체들은 심해 채굴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에 대해 강한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과 그린피스, 블룸 등은 심해 채굴이 본격화되기 전, 과학적 연구와 보호 기준이 먼저 확립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으며, 심지어 일부 국가는 ‘심해 채굴 모라토리엄(일시 중단)’을 국제사회에 요구하고 있습니다.

더불어 심해는 우리가 알고 있는 탄소 순환과 기후 조절 시스템에도 깊이 관여하는 중요한 공간입니다.

그곳의 생물과 퇴적물은 오랜 시간에 걸쳐 이산화탄소를 저장하거나, 탄소 흐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해왔는데, 무분별한 채굴은 이런 지구 시스템의 균형마저 위협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심해 생태계가 그 특성상 한 번의 실수로도 회복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상의 숲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다시 자랄 수 있지만, 심해 생물은 수백 년, 수천 년에 걸쳐 서서히 형성된 생태이기 때문에 인류가 저지른 손실은 되돌릴 수 없는 ‘침묵의 파괴’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지금 이 순간, ‘얼마나 많은 자원이 있는가’만이 아니라 ‘무엇을 잃을지도 함께 따져보아야 하는 때’입니다.

과학과 기술의 이름으로 움직이는 기계의 팔이, 소리 없는 심해의 숨결을 끊어놓지 않도록 인류는 더 깊은 고민과 윤리적 기준을 세워야 할 때입니다.

 

금속 채취인가, 지구 파괴인가 – 우리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심해 광물 채취에 대한 논쟁은 단순한 자원 확보를 넘어, 우리 인류가 어떤 방식으로 지구와 공존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기술의 진보’와 ‘환경의 보존’, 이 두 가치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지점에서 우리는 이제 무언가를 선택해야만 하는 시점에 놓여 있습니다.

한편에서는 이렇게 주장합니다.

지금 인류는 기후 위기를 막기 위해 화석연료 의존도를 낮추고, 친환경 에너지와 전기차로의 전환을 적극 추진해야 한다고 말이지요.

이러한 전환에는 필연적으로 많은 양의 배터리 금속이 필요하고, 그 수요를 충당하려면 심해 자원 개발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옵니다.

지상 자원은 이미 고갈되고 있으며, 지구상의 분쟁과 인권 문제로부터 자유로운 자원을 확보할 필요도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에 반해, 다른 한편에서는 이렇게 묻습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 지구의 다른 부분을 희생시켜도 괜찮은가요?”

기후 위기를 해결하자고 나서면서, 또 다른 환경을 회복 불가능하게 파괴한다면 그것이 과연 ‘지속 가능성’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우리가 얼마나 더 많은 것을 캐낼 수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지혜롭게 선택하고 조절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입니다.

아직 우리는 심해 생태계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합니다. 지금 심해 광물 채취를 시작하는 것은, 조명도 없는 방 안에서 망치를 휘두르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국제사회는 이런 고민 속에서 ‘속도 조절’이라는 선택지를 꺼내들고 있습니다.

유엔 산하의 국제해저기구(ISA)는 현재까지도 광물 채취에 대한 법적 기준을 완전히 확립하지 못한 상태이며, 일부 국가는 과학적 연구와 법적 장치가 마련될 때까지 채굴을 보류하자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독일, 프랑스, 칠레, 뉴질랜드 등은 “인류 전체의 유산인 바다를 특정 기업의 탐욕으로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모라토리엄(개발 일시 중단)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시점에서 묻고, 토론하고, 감시하고, 행동해야 합니다.

정부, 기업, 과학자, 시민이 함께 머리를 맞대고 ‘기술과 생태, 경제와 윤리 사이의 올바른 균형’을 찾아야 합니다.

무조건 반대도, 무분별한 추진도 아닌, 신중한 접근과 책임 있는 판단이 필요한 때입니다.

지금 우리가 내리는 결정은 단지 오늘의 기술과 경제만을 좌우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리 다음 세대가 살아갈 지구가 어떤 모습일지를 결정짓는 매우 중요한 갈림길이기도 합니다.

금속 채취인가, 지구 파괴인가.

그 선택은 멀리 있는 정치인이나 과학자의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몫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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