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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에 사는 문어 ‘둥근머리문어’의 알 품기 4년, 그 이유는?

심해의 은둔자, 둥근머리문어란 누구인가요?

바닷속에서도 가장 깊고 어두운 곳, 사람이 좀처럼 닿을 수 없는 심해(深海)는 여전히 수수께끼로 가득한 세계입니다. 이곳에 사는 생명체들은 그저 ‘신비롭다’는 표현만으로는 다 담을 수 없을 만큼 특별한 방식으로 살아갑니다. 그중에서도 둥근머리문어(Graneledone boreopacifica)는 ‘극한의 생존자’라는 별명을 가질 만큼 놀라운 생태를 지닌 문어입니다.

둥근머리문어는 태평양 북부의 1,200m~2,800m 수심대에서 주로 서식하며, 일반적인 연안 문어와는 달리 햇빛이 전혀 닿지 않는 차갑고 어두운 해저에서 살아갑니다. 몸의 크기는 대략 30cm 남짓이며, 이름처럼 머리가 둥글고, 몸 전체가 부드러운 자줏빛 살결로 덮여 있어 다른 문어와 구별되는 외형적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리에는 흡반이 단순하게 배열되어 있고, 날렵한 모습은 없지만 아주 느릿한 동작으로 심해 바닥을 유영합니다.

둥근머리문어는 공격적이기보다는 조용하고 은둔적인 성향을 보입니다. 먹이는 주로 작은 갑각류나 물속의 무척추동물이며, 먹이를 찾아다니기보다는 주변 환경에서 기회를 엿보는 ‘기회주의적 포식자’에 가깝습니다. 이러한 생존 전략은 에너지 낭비를 최소화하려는 진화의 결과로 보입니다. 심해의 자원은 매우 한정되어 있고, 낮은 수온으로 인해 대사 속도도 느리기 때문입니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이 문어가 ‘가정적인 어미’라는 점입니다. 물론, 우리가 알고 있는 동물적 모성의 기준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대부분의 문어는 짝짓기 후 알을 낳고 일정 기간 보호하다가 생을 마감합니다. 그러나 둥근머리문어는 그 수준을 훨씬 넘어서는 돌봄을 실천합니다. 이것이 바로 ‘4년 넘게 알을 품는다’는 전 세계 과학계를 놀라게 한 사실로 이어지는 단서가 됩니다.

둥근머리문어는 우리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그 깊은 바다에서 어떻게 생명을 이어가는가?” 그리고 “왜 그렇게까지 오래 알을 품어야만 하는가?” 이 문어를 단순한 생물학적 관찰의 대상으로만 보기보다는, 생명의 의미와 진화의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게 하는 존재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무려 4년 동안 알을 품는다는 사실, 과학자도 놀랐습니다

둥근머리문어가 단순히 심해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주목받는 것은 아닙니다. 이 문어가 전 세계 해양 생물학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산란 행동’ 때문입니다.

그 행동은 너무도 이례적이라, 과학자조차 처음에는 자신들의 관찰을 의심했다고 합니다. 4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단 한 자리에서, 단 한 번도 먹지도 쉬지도 않고 알을 지키는 문어의 모습은 그야말로 충격적이었습니다.

이 기록은 실제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 몬터레이 만 해양보호구역에서 진행된 장기 관찰 연구를 통해 공식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연구팀은 심해 카메라를 이용해 약 1,400미터 깊이의 바위 틈에서 한 마리 둥근머리문어가 매번 같은 자리에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됩니다. 처음엔 단순히 우연이라 생각했지만, 촬영할 때마다 그 문어는 여전히 같은 바위에 붙어 있었고, 시간이 지날수록 뚜렷하게 보이는 ‘알’의 존재가 포착되기 시작했습니다.

연구자들은 무려 53개월, 약 4년 5개월 동안 이 문어가 알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일반 문어의 알 품기 기간이 보통 1~3개월에 불과한 점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기존의 통념을 완전히 깨는 수준입니다. 당시 해양학계는 이 발견을 두고 “생물계에서 가장 긴 번식 행동 중 하나”라고 표현했으며, 이는 지금도 깨지지 않은 기록으로 남아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다양한 가능성을 고려했습니다. 혹시 개체가 바뀐 것은 아닐까? 우연히 같은 위치에 다른 문어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그러나 반복 촬영된 영상에서 개체의 상처나 팔의 모양, 행동 패턴 등이 모두 동일하다는 점에서, 이 문어는 동일한 한 마리였다는 결론에 이르렀습니다.

놀라운 점은 그 긴 시간 동안 문어가 먹이를 사냥하거나 이동한 흔적이 전혀 없었다는 점입니다. 알을 보호하는 자리에서 꼼짝하지 않고, 다리로 알을 감싸며 외부의 침입을 막는 행동만 지속되었을 뿐입니다. 그야말로 생명을 위한 ‘극한의 인내’였습니다.

사람의 관점에서 보자면, 먹지도 않고 4년 넘게 자리를 지킨다는 건 상상하기 어려운 일입니다. 하지만 자연은 종족을 이어가기 위한 방법을 아주 다르게 선택했습니다. 둥근머리문어의 산란 행동은 단순한 번식이 아닌, 삶의 전부를 걸고 한 번의 기회를 지키는 생존 전략이라 볼 수 있습니다.

이 문어가 품은 알은 약 160여 개로, 일반 문어에 비해 수는 적지만, 긴 시간 동안 철저히 보호된 덕분에 부화 시 높은 생존률을 보였다고 합니다. 자연이 택한 길은 빠르고 많이가 아니라, 오래도록 지키고 확실히 남기는 쪽이었던 셈입니다.

 

극한의 인내, 왜 그렇게까지 오래 품을까요?

둥근머리문어는 왜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알을 품어야만 했을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궁금증을 넘어, 생명의 본질과 진화의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을 던집니다. 단순히 ‘느린 부화’로만 보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4년 5개월이라는 시간은 문어의 일생 대부분을 차지하며, 이 과정에서 어미는 먹이 활동조차 하지 않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 극한의 인내는 어떤 생물학적 의미를 가질까요?

첫 번째 이유는 심해 환경 자체의 특수성입니다. 둥근머리문어가 서식하는 수심 1,000미터 이상의 심해는 수온이 섭씨 2~3도에 불과할 만큼 차갑습니다. 이러한 저온 환경에서는 알의 세포 분열 속도가 지극히 느려지며, 부화까지의 시간이 자연스럽게 길어집니다. 단순히 ‘오래 품는다’는 것이 아니라, ‘그만큼 천천히 자라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생존률을 극대화하기 위한 전략입니다. 일반적인 문어는 한 번에 수천 개의 알을 낳고, 그중 일부만 살아남는 구조입니다. 반면 둥근머리문어는 비교적 적은 수의 알을 낳되, 어미가 끝까지 보호하며 부화 직전까지 관리합니다. 이는 ‘양보다 질’을 택한 전략이며, 자원이 희소한 심해 환경에서 더 효율적인 방식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부화 후 새끼 문어는 바로 독립적인 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즉, 알에서 나온 순간 이미 ‘살 준비가 끝난’ 상태인 것입니다.

세 번째는 포식자로부터의 보호 본능입니다. 심해에는 생물이 드물고 에너지원이 부족하기 때문에, 번식에 실패하면 다음 기회를 얻기 어렵습니다. 어미 문어가 자리를 지키며 외부로부터 알을 지켜내는 행동은, 단순한 모성애를 넘어 종의 생존과 직결된 필수 행동입니다. 특히 이 문어는 알 위에 몸을 덮고 흡반으로 틈틈이 물을 순환시켜주며, 이끼나 세균이 생기지 않도록 관리하는 모습도 포착되었습니다. 일종의 ‘알 청소’라 할 수 있는 행동입니다.

마지막으로는, 이 모든 행동이 진화적으로 ‘선택된 희생’이라는 점입니다. 생물학적으로 본다면, 둥근머리문어는 일생에 단 한 번 번식하고 생을 마감합니다. 이처럼 한 번의 번식에 전 생애의 에너지를 쏟는 전략을 ‘단회번식’이라 하는데, 연어나 말미잘 등에서도 나타납니다. 이는 개체의 수명을 줄이더라도 자손의 성공률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수억 년에 걸친 자연선택의 결과일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보면, 둥근머리문어는 단지 오래 알을 품는 특이한 생물이 아니라, 극도로 가혹한 환경에 맞서 생존과 번식을 완성해낸 진화의 결정체라 볼 수 있습니다. 인간의 눈으로 보면 ‘희생’처럼 보이지만, 자연의 시선에서 보면 이것은 ‘성공’입니다. 그 어떤 방식보다도 확실하게 생명을 남기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생명을 품은 희생, 어미 문어의 마지막 이야기

둥근머리문어의 4년 5개월에 걸친 산란 여정은 알이 부화하는 순간, 조용히 막을 내립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은 너무도 담담하고, 어찌 보면 슬프게까지 느껴집니다. 알들이 하나둘씩 부화하여 제 갈 길을 떠난 뒤, 어미 문어는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자신이 지켜야 할 목적이 끝난 순간, 마치 생이 다했다는 듯 그대로 생을 마감한 것입니다.

학자들은 이 마지막을 ‘의식적인 종결’이라 표현하기도 합니다. 생물학적으로 봤을 때, 어미 문어는 그동안 영양분 섭취를 중단한 채 거의 모든 체내 에너지를 알 품기에 소모해 왔습니다. 이로 인해 몸은 말라붙고 조직은 약해지며, 눈조차 흐릿해질 정도로 생리 기능이 무너진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런 상태에서도 알이 부화할 때까지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단순한 본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문어의 마지막 모습은 마치 ‘모든 것을 주고 사라지는 어머니’의 전형을 떠올리게 합니다. 우리 인간도 어머니의 헌신과 희생을 이야기할 때 종종 ‘자신을 다 태워 자식을 비추는 촛불’에 비유하곤 합니다. 둥근머리문어의 행동은 실제로 그런 모습을 자연의 한복판에서 실현한 장면이었습니다.

그 어떤 생명도 손쉽게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 그리고 하나의 생명이 또 다른 생명을 위해 전부를 내어준다는 것에 우리는 숙연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알들을 보호하던 둥근머리문어의 모습이 심해 촬영 영상으로 기록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해당 영상은 학계에 공개된 뒤로 단순한 해양 생물학 자료를 넘어서 교육 및 철학적 메시지를 전하는 매체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몇몇 다큐멘터리에서는 이 문어의 생애를 ‘어머니의 길’이라 표현하며, 인간과 자연의 감정이 맞닿는 지점을 강조하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자연계에는 많은 생물들이 자식을 위해 목숨을 건 행동을 합니다. 그러나 그 가운데에서도 둥근머리문어는 그 강도와 시간, 그리고 희생의 깊이에서 독보적입니다. 우리가 이 이야기를 접하며 감동하는 이유는 단순히 생태적 사실 때문만은 아닐 것입니다. 그 속에 깃든 ‘조건 없는 사랑’과 ‘완전한 헌신’이, 인간인 우리에게도 가슴 깊이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어쩌면 이 작은 심해 문어는, 그 누구보다도 위대한 부모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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