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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에서 발견된 가장 오래된 플라스틱 쓰레기

인간의 흔적, 수심 5,000미터 아래서 발견되다

2018년, 일본의 과학자들이 운영하는 심해 조사 프로젝트에서 한 장의 사진이 전 세계 연구자들에게 충격을 안겨주었습니다. 그 사진 속에는 심해 5,151미터 지점의 해저에 고스란히 놓여 있는 비닐봉지 한 장이 담겨 있었습니다. 겉으로 보기엔 평범해 보일 수 있지만, 문제는 그 비닐봉지가 무려 30년도 더 된 것이었다는 점입니다.

이 쓰레기는 일본 가고시마현 동쪽 해역, 이른바 ‘마리아나 해구 인근’의 심해에서 발견되었습니다. 이 해역은 인간의 접근이 거의 불가능한 깊이이며, 수압이 일반 해수면의 500배에 달하는 극한의 환경입니다. 그런 환경에서도 플라스틱은 전혀 부식되지 않은 채로 존재하고 있었던 것입니다.

놀라운 점은 이 비닐이 1980년대 일본에서 생산된 비닐봉지로 추정된다는 것입니다. 당시 사용되던 디자인과 재질이 현재는 거의 쓰이지 않으며, 제조사와 표기된 문자 등으로 미루어 오랜 시간이 흐른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누군가가 버린 이 얇은 비닐 한 장이, 수십 년이 지나도록 해류를 타고 이동한 끝에 심해의 해저까지 가라앉은 것이지요.

이 발견은 심해조차 인간의 활동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과거에는 깊은 바다는 오염되지 않은 신비로운 공간, 지구 최후의 청정지대라 여겨졌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알게 되었습니다. 바다 깊은 곳마저도 우리의 일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입니다.

당시 이 쓰레기는 일본의 해양환경정보센타(JAMSTEC)가 축적해 온 심해 관찰 데이터 5,000여 건을 분석하던 중 발견된 것으로, 사진으로 남겨져 여러 국제학술지에 실리며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습니다. 수많은 연구자들은 이 사례를 근거로 플라스틱 쓰레기의 장기 보존성에 대해 다시금 경각심을 갖게 되었고, 이후 전 세계 심해 생태계에 대한 조사도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한편, 이 비닐봉지가 해양 생물에게 해를 끼쳤다는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여전히 의문은 남아 있습니다. 이와 유사한 쓰레기들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 수많은 생물들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이 다시 인간에게 어떤 방식으로 되돌아올지를 말입니다.

 

플라스틱, 생분해되지 않는 시간의 캡슐

플라스틱은 현대 문명의 상징이자, 동시에 지구 환경에 가장 큰 도전 과제를 안겨준 소재입니다. 20세기 중반 이후 비약적으로 사용량이 늘어난 플라스틱은 가볍고 튼튼하며, 생산 단가가 저렴해 일상 곳곳에서 활약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장점은 역설적으로 지구 생태계에는 ‘재앙’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플라스틱은 쉽게 썩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플라스틱은 자연 상태에서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는 ‘생분해’가 거의 일어나지 않으며, 햇빛에 의해 부서지는 광분해에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게다가 심해 환경은 플라스틱이 분해되기에 더욱 적합하지 않은 조건을 갖추고 있습니다.

우선 심해는 빛이 거의 없는 암흑의 세계입니다. 햇빛이 닿지 않기 때문에 광분해는 아예 기대할 수 없습니다. 또한, 저온과 고압의 환경은 미생물의 활동 자체를 크게 억제하기 때문에,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는 생물학적 조건도 부족합니다. 이런 이유로, 바다 표면에서는 미세조각으로 쪼개져 떠다니던 플라스틱도 심해에 가라앉으면 그대로 ‘시간이 멈춘 듯’ 보존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1990년대 초에 바다에 버려졌던 플라스틱 조각이, 30년이 지난 지금에도 거의 변색이나 형태 변화 없이 발견되는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습니다. 마치 타임캡슐처럼, 과거 인류의 소비 패턴을 고스란히 간직한 채 존재하는 셈입니다. 특히 심해처럼 산소가 적고 생물 활동이 미미한 곳에서는 수백 년 이상 남아 있을 가능성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더욱 무서운 점은, 이런 플라스틱 쓰레기가 영구적인 형태로 지층에 쌓일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일부 학자들은 인류가 만들어 낸 플라스틱 층이 훗날 지질학적 기록으로 남아 ‘플라스틱기(plastic age)’라는 용어로 불릴 수도 있다고 예측합니다. 즉, 우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지구의 역사에 플라스틱이라는 흔적을 새기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단지 플라스틱이 분해되지 않는다는 이유만으로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바라보아야 할까요? 단순한 폐기물의 문제가 아니라, 그 자체가 생태계 순환을 방해하고, 오랜 시간 동안 유독물질을 배출하거나 해양 생물을 위협하는 주범이 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사라질 것이라 생각하기 쉬운 플라스틱은, 실상은 사라지지 않고 형태만 바꾼 채 생태계 구석구석으로 스며들고 있는 존재입니다. 그리고 그 끝은 다시 인간에게 되돌아옵니다. 마치 시간의 캡슐처럼, 우리가 한 행동은 언젠가 그 결과와 마주하게 되는 것이지요.

 

심해 생물과의 충돌: 보이지 않는 위협

깊고 어두운 바닷속, 인간의 눈과 손길이 닿지 않는 그곳에서도 생명은 살아가고 있습니다. 해양 생물들은 오랜 세월 동안 극한의 심해 환경에 적응하며 자신만의 생존 방식을 발전시켜 왔지만, 인류가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는 그들의 터전을 조용히, 그리고 서서히 위협하고 있습니다.

육지에서 버려진 플라스틱은 강을 타고 흘러 바다로 들어가며, 수면 위를 떠돌다가 결국엔 해류를 따라 심해로 가라앉게 됩니다. 이렇게 쌓인 쓰레기들은 단순한 이물질을 넘어, 심해 생물들의 생활 방식 자체를 교란하는 요소로 작용하게 됩니다.

우선 가장 흔히 발생하는 문제는 섭식 혼란입니다. 많은 심해 생물들이 먹이로 삼는 것은 유기물 찌꺼기, 죽은 생물의 잔해, 또는 형광을 띠는 미세한 생물들입니다. 그런데 플라스틱 조각이 이런 먹이와 비슷한 크기나 색깔, 심지어 냄새까지 띠는 경우가 많아, 플라스틱을 먹이로 착각하고 섭취하는 일이 자주 발생합니다.

한 예로, 2019년 필리핀 해역에서 발견된 한 심해 고래 사체의 위장에서는 40kg이 넘는 비닐봉지와 포장재가 발견되었습니다. 이러한 사례는 점점 더 많아지고 있으며, 먹이를 삼킨 줄 알고 플라스틱을 삼킨 생물들은 영양 결핍, 위장 막힘, 내부 장기 손상 등으로 결국 폐사에 이르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플라스틱은 단순한 고형 쓰레기가 아닙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표면에서 환경호르몬과 같은 유해 화학물질이 서서히 방출됩니다. 이 물질들은 심해 생물의 생식 능력, 성장 속도, 호르몬 균형 등에 영향을 주며, 세대를 거듭할수록 개체 수 감소와 생태계 불균형으로 이어질 가능성을 높입니다.

특히 무척추동물이나 작은 어류처럼 심해 먹이사슬의 하위에 있는 생물들이 플라스틱에 노출되면, 그 위로 연결된 먹이망 전체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결국 이러한 오염은 바닷속 작은 생명체에서 시작되어, 상위 포식자인 물고기, 해양 포유류, 심지어 인간의 식탁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치명적인 고리를 만들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심해는 관찰과 연구가 쉽지 않은 영역이기 때문에, 우리가 인식하지 못한 사이에 더 많은 생물이 위협받고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존재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바닷속에서는 지금도 누군가가 우리가 만든 쓰레기와 조용히 싸우고 있는 중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외면하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 우리의 행동이 지구 곳곳에 어떤 흔적을 남기고 있는지에 대한 인식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우리는 플라스틱을 단지 손쉽게 사용하는 도구로만 생각해서는 안 되며, 그것이 생명의 터전에서 어떤 파문을 일으키는지를 직시해야 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닿은 우리의 소비문화

우리는 하루에도 수십 번씩 플라스틱을 만지고, 무의식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장을 볼 때 받는 비닐봉지, 음료를 마실 때 사용하는 빨대, 포장된 식품의 용기나 뚜껑까지, 플라스틱은 마치 숨 쉬듯이 자연스럽게 우리의 삶 속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중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이 단 한 번 쓰이고 나서 버려지는지, 그리고 그 쓰레기들이 결국 어디로 가는지를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신가요?

우리가 버린 플라스틱은 소각되거나 매립되기도 하지만, 상당수는 하수로, 하천으로, 바다로 흘러들어 갑니다. 그리고 그 중 일부는 수면에 머무르지 않고 해류를 따라 수천 킬로미터를 떠돌다 심해의 바닥까지 내려앉습니다. 이는 단순한 오염이 아니라, 우리의 소비방식이 지구 전체의 생태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입니다.

현대 사회는 편리함을 우선시하는 문화를 바탕으로 급격히 발전해 왔습니다. 포장 하나에도 과잉이 일상화되었고, 다회용보다는 일회용이 더 익숙한 환경이 만들어졌습니다. 심지어 ‘플라스틱 없이 살기’는 노력해야 가능한 일이 되었을 정도입니다. 우리는 소비할 때는 짧은 순간의 효율만을 고려하고, 그것이 언제, 어디서, 어떤 형태로 돌아올지에 대한 생각은 놓치기 쉽습니다.

이처럼 소비가 곧 오염으로 이어지는 구조는 결국 순환의 고리를 만들어 다시 인간에게 되돌아옵니다. 해양 생물이 먹은 미세플라스틱이 식탁으로 올라오고, 공기 중 미세먼지로 떠다니며, 심지어는 우리가 마시는 물속에서도 검출되는 시대입니다. 보이지 않는 플라스틱은 단지 바다만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삶과 건강, 그리고 미래의 세대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문제인 것입니다.

그러나 다행히도, 작은 실천은 생각보다 큰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니는 일, 텀블러를 사용하는 습관, 과도한 포장을 피하고, 플라스틱이 아닌 대체 재료를 선택하는 행동들은 모두 소비 구조를 바꾸는 출발점이 됩니다. 기업들도 점차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시도하고 있으며, 이런 변화는 소비자의 목소리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는 이제 물건 하나를 고를 때도, ‘이 제품은 결국 어디로 갈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야 할 때입니다. 편리함을 위해 외면해 온 결과가 심해의 바닥까지 도달했다면, 이제는 그 책임을 인식하고 조금은 불편한 길을 선택할 용기가 필요합니다.

보이지 않는 곳까지 닿은 우리의 소비는 이제, 보이는 변화로 되돌아와야 합니다. 그것이 인간과 자연이 다시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일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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